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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속 바람이 차가워졌다. 화목난로 연기가 굴뚝에 퍼지고 장작 타는 소리가 마을을 감쌌다. 집안에 불을 피워도 마음은 따뜻해지지 않았다. 긴 겨울의 시작이었다. 경험 많은 농부는 날씨로 한 해 농사를 짐작하는데 첫눈이 빨리 오면 다음해 대풍이라 했다. 농사짓는 사람 없는 마을에 예년보다 빠른 눈이 내렸다. 어떤 좋은 일이 생길까? 지붕 위로 사각사각 눈 쌓이는 소리에 마을 사람들은 잠들지 못하는 것 같았다. 우리는 스위스 발레Valais주에 위치한 푸앙트 롱드Pointe Ronde(2,700m)를 오르기로 했다. 출발점은 콜데라 포르클라Col de la Forclaz( 이자지급방법 1,526m)로 몽블랑을 중심으로 걷는 168km 투르 드 몽블랑Tour de Mont Blanc, TMB 트레킹 코스의 스위스 구간이기도 하다. 스위스 취리히에서 268km, 제네바에서 208km 떨어져 있다. 이곳은 매년 1~2월에는 눈으로 도로가 통제되기도 한다.
아 한국장학재단 대학원 무도 가지 않는 신설에 트렉을 만들며 내려오는 경험은 특별하다. 푸앙트 롱드는 산악스키어에게 인기 있는 산이다.
백컨트리, 프랑스에선 '스키 랑도네'라고 불러
눈이 많은 겨울에는 접근 시간을 넉넉히 잡는 것이 좋다. 포크클라 고개는 스위스와 프랑스의 경계다. 국경이 따로 있고 행정 겠습니다 구역은 스위스지만 프랑스어를 사용하며 문화도 프랑스에 가깝다. 고개에는 포크클라 호텔이 있는데 도미토리 숙소와 레스토랑을 운영한다. TMB를 걷는 트레커들이 반드시 들르는 곳이다. 호텔 주차장에서 장비를 착용하기로 했다.
하산을 위한 장비착용을 마치고 최종 점검을 하고 있 학자금대출 신용불량 다. 올라갈 때는 2시간 걸렸는데, 내려갈 때는 30분 정도 걸렸다.
이번 스키 투어링은 세 명의 친구와 함께했다. 앞에 서기로 한 플레르Fleur Fouque, 화니Fanny Tomasi-Schmutz와 마를린Marine Clarys으로 우리는 브리앙송Briancon에 있는 산악스키 학교 동문이다 아파트담보대출이자 . 한 달간 기숙사 생활을 함께하며 친해졌다. 이번 산행은 오르는 속도를 테스트하기 위해 모였다. 푸앙트 롱드 정상까지 1,200m 높이를 120분 만에 스키로 오르기로 했다. 빠르게 오르기보다 운행 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목표였다. 산악스키는 차이는 있지만 스키투어링Ski Touring, 백컨트리BackCountry, 스키 마운티니어링Ski Mountaineering 등 다양하게 부르는데, 프랑스에서는 스키 랑도네Ski Randonnee라고 한다.
플레르가 앞에 섰다. 전날 내린 눈에 무릎까지 빠졌다. 신설이라 스키 플레이트로 눈을 다지고 다시 출발점에 섰다. 축사로 쓰던 창고는 눈 속에 자리를 잡았고 오래된 목조 건물이 무게를 견디는 것이 애처로웠다. 눈 덮인 지붕을 지나 전나무가 빼곡한 숲으로 들어섰다. 아무런 흔적이 없었다. 아침 일찍 서두른 덕분이었다. 스키가 상쾌하게 눈 위로 미끄러졌다. 숲 속 아침을 깨우며 걸음을 시작했다.
파우더 스킹에서 스키를 타는 기술은 많은 경험이 필요하다. 눈에서 올라오는 스키의 부력을 잘 이용하면 훨씬 수월하다.
앞서간 흔적을 따라 가다 플레르와 화니를 놓쳤다. 바위 모퉁이를 돌자 500m 앞에 일행이 기다리고 있었다. 눈사태 구간을 지나가기 위해서였다. 위험한 지역을 지날 때는 일정한 간격을 두고 한 명씩 통과한다. 한꺼번에 매몰되거나 추락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다. 위급 상황에서는 동료밖에 없다는 것을 배운 적이 있다.
프랑스 산악회 샤모니 지부에서 매주 토요일 스키 투어링 모임이 있어 가끔 참가했다. 인근 산군 중 당일 산행 가능한 루트를 골라 간다. 토요일 아침 산행에 참가하려면 전날인 금요일 오후 산악회 사무실 모임에 참석해야 한다.
다음날 갈 곳의 정보와 준비물에 관해 브리핑하는 자리로, 이 브리핑에 참석하지 않으면 산행도 참가할 수 없다. 사무장 필립Phillp에게 물어보니 안전을 위해서라고 했다.
한 번은 스위스 인근으로 스키투어를 갔다. 두 시간을 차로 이동한 후 장비를 착용하고 출발하려는데 그만 눈사태 신호기Avalanche Beacon를 깜빡 가져 오지 않았다. 현지에선 '아르바ARVA'라 하는데 눈사태에 묻혔을 경우 신호를 추적해 구조하는 장비다. 사무장 필립은 단호하게 같이 못 간다고 했다. 우리 정서로 생각하면 매몰차다. 애써 거기까지 갔는데, 루트도 임도를 따라 가기에 위험하지도 않은데 말이다. 하지만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험한 자연 환경 속에서 수없이 많은 동료와 가족을 잃은 경험으로 만든 규칙임을 나중에 알았다.
앞서간 팀의 트렉을 따라서 올라가고 있다. 러셀을 하며 오르는 것보다 체력소모가 덜한 편이다.
힘들게 올라온 길, 스키로 내달리기
부지런히 앞서가는 일행을 좇았다. 이번에는 화니가 앞서 가고 있었다. 신설을 교대로 헤치면서 가는 것이었다. 내 몫을 하고 싶었지만 그들을 따라 잡지 못해 기회가 없었다. 세 명이 번갈아 길을 만드는 모습이 거침없었다. 다들 알프스에서 나고 자랐기 때문이었다. 화니는 27세로 결혼 1년 차다. 신랑 다미앙Damien은 샤모니 가이드로 둘은 칠레 파타고니아로 신혼여행을 다녀왔다. 화니는 프랑스 교육대학을 졸업한 후 학교 선생님을 하다 그만 두고 산악가이드가 되었다. 그의 아버지는 프랑스국립스키등산학교ENSA 교수였다.
정상에서 만나기로 하고 출발했지만 일행들은 가끔 나를 기다려 주었다. 해발 1,800m를 넘으면서 나무의 끝 부분까지 전체가 눈으로 덮였다. 한 숨 돌렸다. 카모마일 차를 담아 온 800ml 보온병을 열었다. 뚜껑에 차를 따랐다. 가쁜 호흡이 정리가 되지 않았다. 천천히 숨을 가다듬고 한 모금 마셨다. 따뜻한 기운이 안으로 퍼지며 바깥의 차가운 공기와 대비되는 느낌에 깊은 행복감이 들었다. 꿀을 얼마나 넣었는지 입안에 알프스 야생화 향이 가득해졌다. 여름 내 부지런했던 꿀벌들이 생각나면서 새삼 고마웠다.
신설이라 속도가 나지 않았다. 계획했던 120분 안에 정상에 도착하려면 서둘러야 했다. 다행히 우리와 다른 길로 온 팀이 올라간 흔적을 발견했다. 그 길을 따라 오르니 걸음이 훨씬 빨라졌다. 고도 2,200m 부근부터 급한 경사를 따라 200m 정도 올라갔다. 스키로 내려갈 때 재미있는 구간일 것이라 위로하며 가쁜 숨을 참았다. 멈추지 않고 계속 오르다 보니 제법 호흡이 터지는 느낌이 들었다. 일정한 속도로 가다 보니 심장이 적응한 모양이었다. 좀 더 속도를 높였다. 보폭을 길게 하고 숨 쉬는 간격과 걸음을 맞췄다. 얼마 안 가 앞서 가는 일행과 거리가 10여 m 차이로 좁혀졌다.
정상에 가까워지니 바람이 강해졌다. 안부를 지나니 작은 성모 마리아 상이 보였다. 다행히 예상했던 120분 안에 정상에 도착했다. 서둘러 스키에서 스킨을 떼어 냈다. 스킨은 스키의 바닥에 부착해 눈 위에서 미끄러지지 않도록 돕는 장비로 설사면 오르막을 올라갈 수 있도록 돕는다. 나일론과 모헤어 같은 섬유로 만든다. 접착제가 있는 면을 스키 바닥에 붙이고, 내려갈 때는 스킨을 떼어 준다. 스킨에 묻어 있는 눈을 털어 배낭에 넣고 부츠의 버클을 단단히 조였다.
이제 내려가는 일만 남았다. 준비해 온 행동식과 차를 마시며 주변을 돌아보았다. 멀리 우리가 올라온 길과 내려갈 북사면을 살폈다. 안전한 능선을 택해 내려가기로 의견이 모였다. 신설 파우더와 숲 속 사잇길을 따라 출발한 포르클라 고개까지 무사히 돌아왔다. 한발 한발 올라 온 길을 스키로 내달리는 것은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새로운 경로를 도전하고 탐험하는 것은 스스로 성장하는 기회가 된다. 사람들과 함께 자연을 즐기고 마음의 평화도 찾을 수 있다. 스키 투어링이 주는 장점이라 할 수 있다.
알프스의 계절은 짧다. 산악마을에 사는 사람들은 자연의 변화와 함께 여러 감정을 겪는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가을통이다. 일조량이 감소하고, 단풍으로 나뭇잎 색이 달라지면, 외부활동이 줄어들면서 사회적 상호작용이 감소한 탓이라고 이 지역 사람들은 설명한다. 북적했던 여름이 지나고 마을이 조용해지는 것도 가을통의 원인이기도 하다.
돌아오는 길에 마를린은 옆집 사람이 기타를 배우기 시작해서 매일 소음에 시달린다고 말했다. 그러나 항의하지 않았다고 한다. "첫눈이 오면 그치겠지"라면서 내버려 두고 있다고 했다. 새로운 계절이 찾아오면 그동안 간직했던 마음속 '아픔'은 희망과 기대감으로 바뀐다. 이곳에서 나고 자란 아이들이 말해 준 것이니 나는 믿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info
푸앙트 롱드
푸앙트 롱드는 지역에서는 잘 알려진 스키 투어링 봉우리다. 몇 년 전부터 여름철 트레일러닝 코스로도 각광받고 있다. 원점으로 빠르게 돌아 올 수 있는 것이 매력이다.
월간산 11월호 기사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