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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서귀포시 남원읍 한남리에서 만난 문학수 할아버지 (사진, 김재연 기자)
"나에게 제주4·3 희생자 보상금은 '틀린 돈'이야"지난 21일 서귀포시 남원읍 한남리에서 만난 문학수 씨(86)의 말입니다.'틀린 돈'이란 무슨 의미일까.한라산 남쪽에 있는 중산간 마을, 한남리에서 태어난 문 씨는 4·3 희생자 유족입니다.한남리는 1948년 4·3으로 인해 폐동된 이후 1953년 7월 재건된 마을로 알려져 있습니다.문 씨의 아버지는 4·3 당시 마을이 장려금 불에 타는 것으로 보고 현장으로 갔다가 군경의 총에 맞아 30세라는 꽃다운 나이에 희생됐습니다.이때 문 씨의 나이는 고작 11살.아버지를 여의고 같은 해 병세가 악화된 어머니까지 세상을 떠나자 외아들인 문 씨는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한 채 홀로 외로운 세상을 맞이했습니다.
대구은행중소기업대출 서귀포시 남원읍 한남리사무소에 건립된 '문학수 공덕비' (사진, 김재연 기자)
보목리와 태흥리 등 이곳저곳을 전전하던 문 씨는 이웃들의 도움을 받으며 홀로서기를 시작해 군대를 다녀오고, 결혼도 하고, 어느덧 손주를 둔 할아버지가 됐습니다.그렇게 시간이 흘러가던 지난해 어느 날 갑자기 9,000만 원 농협대학 수시 이라는 돈이 문 씨의 통장에 들어왔습니다.70여 년의 세월이 지나서야 받은 4·3 희생자 보상금이었습니다.보상금을 처음 받을 당시 생각을 하며 울먹이던 문 씨는 "생전 만져보지도, 벌어보지도 못한 돈"이라며 떨리는 목소리로 이같이 말했습니다."처음엔 깜짝 놀랐지, 내가 이 돈으로 짜장면을 사 먹을 것도 아니고.. 아버지 목숨의 대가가 이런 거구나 싶었어. 스포티지 구매프로그램 내 입장에서는 함부로 쓸 수 없는 '틀린 돈'이라고 생각해"보상금을 어떻게 쓰면 좋을지 고민하던 문 씨는 자녀들과 논의한 끝에 3,000만 원을 마을회 장학기금으로 기부했습니다.문 씨는 "어릴 때 공부를 못했던 아쉬움이 커서 기부를 결정했다"며 "조금이라도 마을에 도움이 되고 보람찬 일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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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서귀포시 남원읍 한남리에서 만난 문학수 할아버지 (사진, 김재연 기자)
80대에 접어든 지금의 문 씨는 매일같이 길거리에 나가 쓰레기를 줍고 있습니다.누가 시키지도, 돈을 받는 것도 아닌 마을을 아름답고 깨끗하게 만들고 싶은 마음 때문입니다.집게와 비닐봉지를 들고 쓰레기를 주운 지 벌써 4년째.한남리 구석구석 쌓였던 쓰레기는 사라지고, 이제 마을에는 주민들의 웃음만 가득 남고 있습니다.마을 주민들은 문 씨가 헌신한 공을 기리기 위해 한남리사무소에 공덕비를 건립했습니다.문 씨는 "좋은 일을 하다 보니 공덕비도 생기고, 창피하지만 초등학교 명예 졸업장도 받았다"며 "주변에서 응원의 말을 많이 해줘서 힘이 난다"고 웃음을 지었습니다.
올해 여름 서귀포시 남원읍 한남리에서 거리에 버려진 쓰레기를 줍는 문학수 할아버지
JIBS 제주방송 김재연(Replay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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