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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마지막 산장지기였던 조순옥 할머니가 지난 9월 18일 별세했다. 향년 84세. 도봉산장에서 평소와 다름없이 생활하다가 돌연 뇌출혈로 쓰러졌고, 곧 병원으로 이송돼 한 달간 입원했으나 결국 회복하지 못했다고 한다. 사망 후 고인의 의지에 따라 이화여자대학교 해부학교실에 본인의 시신을 기증했다.
조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면서 그간 계속해서 잡음이 일어났던 도봉산장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를 전망이다. 생전 조 할머니는 도봉산장에 연중 거주하고 있었지만 국립공원공단(이하 공단)과 관련 계약을 맺지 않아 퇴거 계고장을 받고 있던 상황이었다 한정사 .
단 계고장만 보냈고, 실제로 물리력을 동원한 행정이나 사법처리는 하지 않았다. 조 할머니가 고령이었으며 그간 도봉산장에 머물며 산악계에 기여한 바를 헤아린 처사였다. 하지만 이제 할머니가 세상을 떠났고, 도봉산장에 빈자리가 생겼다.
하지만 이 빈자리를 채우고 산장의 의미를 계승하겠다는 이가 나타났다. 조 할머니의 아 무입고자동차담보대출 들 유근호씨다. 그는 현재 매일 도봉산장에 거주하며 할머니가 하던 커피 판매를 계속하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 서울시산악연맹 산하 한국등산학교 문제도 얽혔다. 도대체 도봉산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고, 또 그 미래는 어떻게 될까?
지난해 한 등산객이 도봉산장에 감사를 전하 인터넷학생대출 는 문구와 소정의 돈을 봉투에 담아 남기고 갔다고 한다. 유씨는
1993년 충돌 이후 30여 년간 큰 갈등 없어
도봉산장의 현재와 미래를 알려면 먼저 과거에 대해 알아야 한다. 도봉산장은 1970년에 태어났다. 민주공화당 공화산악회의 김영도 원로산악인이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 건의해 부산솔로몬저축은행 전국에 만든 35개 산장 중 하나다.
초기엔 상주 관리인이 없어 부랑아들의 아지트처럼 쓰이곤 했다. 이를 보다 못한 조 할머니의 부군 故유용서씨는 1972년 산장에 들어와 살기로 결심한다. 처음엔 유씨 혼자 살았지만 이듬해 조 할머니와 당시 어렸던 아들 유근호씨도 산장으로 올라와 산장지기 일가를 이뤘다.
그리고 1974 이자액 년에는 서울시산악연맹이 이곳을 산하 교육기관인 한국등산학교의 교육장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이어 1983년 도봉산 일원이 북한산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그리고 전국 각지의 국립공원을 관리하기 위한 국립공원공단이 1987년 설립됐다.
1993년, 유용서씨가 세상을 떠났다. 조 할머니와 유근호씨에 따르면 당시 국립공원공단이 산장 퇴거를 요구한 바 있다고 한다. 사유는 '불법 영업 및 폭리, 자연환경 훼손'이었다. 20년 넘게 도봉산장에 머물며 도봉산과 도봉산을 오르는 사람들을 지켰는데 갓 가장을 잃은 데 이어 집까지 내놓으라 하니 격분할 수밖에 없었다. 생계를 위해 커피를 팔았던 것을 폭리라고 한 것도 속을 긁는 말이었다.
맞서 싸웠다. 그 결과 도봉산장을 지킬 수 있었다. 조 할머니는 이후 산장에 머물며 도봉산에 오르는 이들을 지켜보고 가끔 커피 한 잔을 내어주는 삶을 살았다. 유근호씨는 산 아래 터전을 잡고 무역업을 하며 주말마다 올라와 어머니를 뵙곤 했다. 공단도 이들이 산장지기로서 공익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오랜 기간 큰 마찰을 빚진 않았다.
도봉산장 1층 전경.
소유권 이전으로 갈등 촉발…타협 손 내밀었지만 거절
하지만 2019년 한 가지 변화가 생기면서 일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그 전까지 공단은 서울시산악연맹에 도봉산장을 한 해 동안 한국등산학교 교육장으로 사용하라고 매년 임대계약을 해주고 있었다. 조 할머니는 일종의 관리인으로 암묵적으로 인정돼 왔다.
그런데 2019년 공단이 도봉산장을 매입하게 됐다. 그 전까진 서울시 소유 재산이었고 공단은 사용 위임만 받은 상태였다. 매입 과정에서 계약 관계를 재확인했는데 서울시산악연맹과 임대 계약을 한 것이지 조 할머니의 거주는 물론 음료 판매, 숙박 제공 등은 전혀 계약돼 있지 않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공단의 재산이 되었으니 공단의 정책과 법을 적용해야 했다. 공단 입장에선 산장(공단 쪽 명칭은 대피소)은 기본 방침이 직영이다. 그래서 특정 개인에게 대피소를 경영하라고 임대계약해 줄 수 없다. 또 국유재산법이 적용됐다. 법의 시각에선 조 할머니의 거주는 무단점거다. 그러니 행정업무를 해야 했다. 퇴거 계고다. 하지만 다짜고짜 짐 싸서 나가라곤 하지 않았다고 한다. 직원들 또한 조 할머니를 존중했다. 북한산국립공원도봉사무소 재난안전과 서영각 과장이 지난 2년의 과정을 설명했다.
지난 9월 18일 별세한 조순옥 할머니. 사진 서현우 기자.
"조 할머니와 유씨에게 여러 제안을 했어요. 기존처럼 서울시산악연맹과 임대계약을 할 테니 연맹에게 대피소 관리인으로 위촉받으라고도 했고, 저희 계약직 직원으로 채용하겠다고도 했어요. 그런데 어떤 제안이건 다 거부했어요. 그냥 종래 해왔던 것처럼 거기에 거주하면서 커피 파는 것을 인정받길 원하셨죠."
퇴거 계고장을 보내고 거기에 일정 기간 내 퇴거하지 않으면 사법 처리하겠다고 명시했지만, 하지 않았다. 서 과장은 "공단 직원들이 주중의 아들과 딸 역할을 했다"고 했다.
"유씨는 주말에만 오니 주중엔 할머니가 혼자 계셨어요. 저희 눈엔 연로하셔서 기력이 계속 떨어지는 게 보이니 특수구조대나 직원들이 출퇴근할 때마다 안부를 살폈죠. 또 무거운 짐을 옮기거나 하는 일도 돕고요. 당연히 장례식도 참석했습니다."
그의 입장은 계고장을 보낸 것은 국유재산법에 의해 안 할 수 없었기 때문이란 것이었다. 커피 판매 역시 식품위생법에 따라 문제가 되는 부분이라 도봉보건소에 조치를 요청할 수밖에 없었다.
도봉산장 외부 전경. 2층엔 한국등산학교 관련 공간이 있다.
"지키고 싶은 건 산장거주가 아니라 산장문화"
정리하자면 조 할머니가 50년간 도봉산장에 머물며 공익적 활동을 한 것을 인정해 그 존재를 어느 정도 묵인해 왔던 것. 그런데 이제 조 할머니가 세상을 떠났다. 공단은 직영을 위해 여러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중 하나가 탐방프로그램이다. 윤재은 행정과장은 "당일 혹은 1박 2일 동안 이곳에 머물며 국립공원 대피소가 어떤 역할과 기능을 해왔는지 알려 주는 교육홍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며 "친환경 도시락, 숲치유, 도봉산장의 역사 강의, 별 관찰 등 세부 내용이 있다. 올해 150명 정도 이용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다른 대피소들처럼 완전한 직영은 하지 못하고 있다. 유씨가 조 할머니가 하던 일을 이어받아 시작했기 때문. 본업은 재택근무로 처리하며, 주중에는 출퇴근식으로, 주말에는 아예 숙박을 하며 도봉산장에 머물고 있다. 그는 왜 산장을 지키려는 것일까?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자존심, 다른 하나는 안타까움.
"자그마치 50년을 살았던 곳입니다. 여기에 살면서 조난당한 사람을 구조하고 또 추위에 벌벌 떨며 들어온 사람들에게 따뜻한 커피를 주며 그렇게 50년을 살았어요. 그런데 어머니가 살아계실 때부터 그게 잘못된 것이라고 계고장 보내고 그러니 저나 어머니나 자존심이 엄청 상해 있었어요. 이곳의 역사, 우리 가족의 인생 자체를 부정당한 거죠."
유씨는 "그저 한국 산장문화의 마지막 자존심을 지켜나가고 싶다"고 했다. 그의 내심은 이렇다. 그는 오랜 역사를 유지했던 백운산장과 중청대피소가 일절 타협 없이 허망하게 사라지는 걸 보면서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너무 안타까웠고, 그래서 더 도봉산장을 지키고 싶어졌다.
산장이 환경오염을 일으킨다는 공단의 지적에 대해선 "그러면 공단은 먼저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부터 반대해야 한다"고 받아쳤다. 그리고 "단지 중청과 백운을 없앤 건 고지대에서 근무하기 싫고, 귀찮은 일을 만들기 싫은 행정편의주의와 한국 산악문화에 대한 이해 결핍이 진짜 이유"라고도 했다.
"지금 도봉산장에서 탐방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도 가만 보면 웃겨요. 저랑 어머니한텐 절대 커피를 팔면 안 되고 숙박도 하면 안 된다고 엄포를 놓았으면서 자기들은 똑같이 도시락을 팔고, 숙박할 수 있게 해주는 거잖아요. 심지어 도봉산장 역사에 대해 강의를 한다는데 저한테 한 번도 자문을 구한 적이 없어요. 저희 가족이 여기서 50년을 살았는데요."
그런데 왜 공단이 제시한 타협안들, 가령 관리인 위촉이나 계약직 채용 등을 몽땅 거부한 것일까. 그는 "커피 판매 금지, 숙박 금지가 조건이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단순히 산장에 살기만 하는 것. 할머니도, 그도 그것을 원치 않았다. 다른 사람들이 산장의 경험을 누리게 해주는 것이 진짜 목적이란 설명이다. 도봉산장을 돈벌이의 수단으로 이용하려는 것도 아니라고 한다.
"제가 진짜 돈을 벌고 싶으면 커피와 음료를 3,000원에 팔고 있겠어요? 지금 시내에서 파는 커피도 5,000원은 하는데요. 지금 도봉산이 MZ세대한테 인기가 있어서 주말에 손님이 많이 와요. 심지어 외국인들도 와서 커피를 마시고 좋아하죠. 그런 추억과 경험. 저는 이걸 나누고 싶을 뿐입니다."
한국등산학교 창고. 1년 임대에서 특정일 사용허가로 바뀌면서 이 공간도 상황이 난처해졌다.
도봉산장, 다른 등산학교도 쓸 수 있다?
공단은 이러한 산장문화를 구시대의 유산으로 본다. 대피소에서 자면서 산행해야 할 정도로 도봉산의 산세가 깊은 것도 아니고, 특정 개인이 거주하게 해줄 수도 없고, 그런 개인이 거주하면서 대응할 만한 긴급 상황은 어차피 공단이 대응하고 있으며, 음료를 판매하게 할 수도 없다는 것.
아직 강제 퇴거 등에 대해선 구상하지 않고 있다. 그렇기에 도봉산장에 할머니가 머물던 공간을 백운산장처럼 전시실로 바꿔버린다든지, 중청대피소처럼 아예 없애버린다든지 등의 논의는 아예 거론조차 되고 있지 않다. 다만 원만한 합의가 안 되면 무단점유에 대한 변상금 460여 만 원을 유씨에게 부과할 예정이다.
유씨는 소송도 불사할 생각이다. 그러면서 해외사례를 몇 언급했다. 미국은 국립공원 지정 전에 권리자의 존재를 인정해 주는 '그랜드파더'법이란 것이 있다고 했고, 일본 북알프스나 스위스 융프라우처럼 산장 문화가 잘 발달된 곳들은 커피가 아니라 맥주도 팔며 그 자체로 관광 상품이 된다고도 했다. 재판을 하더라도 그는 도봉산장이 토종 산장문화를 도시 인근에서 쉽게 체험할 수 있는 곳으로 남기고 싶다는 의지가 굳건하다.
한편 공단과 유씨의 대립 속에 또 다른 이해관계자인 한국등산학교에도 불똥이 튀었다. 2022년 도봉산장이 공단 재산이 되면서 그간 한국등산학교와 맺어왔던 1년을 통으로 빌리는 임대계약이 중단됐다. 대신 한국등산학교 정규반 교육이 실시되는 봄, 가을에 사용허가를 받는다. 하루 20만 원씩 각 4일, 총 160만 원이다.
이렇게 되자 생각지 못했던 문제가 발생했다. 현재 도봉산장 2층에는 한국등산학교의 각종 장비들을 보관하는 창고, 주방 등이 있다. 공단의 논리대로라면 한국등산학교도 현재 2년간 도봉산장을 무단점거하고 있는 셈이다. 윤 과장은 "해당 사안을 인지하고 있고 한국등산학교와 추후 해당 공간에 대한 사용허가계약을 맺을 예정"이라고 했다.
그런데 유씨 입장에선 이것이 불만이다. 조 할머니와 본인과 똑같은 무단점유 상황인데 이쪽은 계약을 해주려고 하고, 본인들은 퇴거시키려고 한다는 것. 그리고 이것이 일종의 특혜이자 독점이라고 했다.
윤 과장에 따르면, 공단 입장은 이렇다. 이젠 특정 일자에 사용허가를 받는 형식이 됐으니 다른 날에 다른 산악단체 혹은 등산학교가 사용허가 신청을 낸다면 한국등산학교와 똑같이 검토하겠다고 한다. 다만 지금까지 신청을 한 단체가 없어 검토를 못 했을 뿐이라는 것. 이것이 활성화될 경우 늘 교육장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었던 뭇 등산학교들이 도봉산장으로 몰릴 수도 있을 전망이다.
국립공원공단에서 운영하는 도봉산장 탐방프로그램 중 숲치유. 이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공단 측에서 침낭과 매트리스 등을 대여해 준다. 대피소의 모포대여가 2년 전 중단된 지금, 전국 유일 침구류 대여 가능 대피소인 셈이다.
도봉산장의 미래는 안갯속이다. 한쪽에선 법을 지키라고 하고, 다른 쪽에선 문화를 지켜야 한다고 말한다. 이젠 그런 시대가 끝났다고도 하지만, 의지가 계승되면 시대는 이어진다고도 한다. 인터뷰가 끝날 무렵, 각기 다른 국적의 외국인 대학생 3명이 도봉산장으로 들어와 커피를 주문한다. 그리고 향을 맡으며 저마다의 언어로 감탄사를 내놓는다. 이런 속사정은 모른 채.
월간산 12월호 기사입니다.
